
266명의 응답과 전력 소비 추정을 바탕으로 분석한 전광판 광고의 인식 효과
우리가 선택한 주제는 ‘옥외광고의 시간대별 정보 전달 효율 분석’이었다. 광화문을 지나다닐 때마다 눈을 자극하는 대형 전광판들을 보며, 저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는 빛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는 하는 걸까, 하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주제였다. 전광판의 자동 밝기 조절 시스템으로 인해 시간대별 전력 소모량이 달라질 것이라 판단했고, 밤 시간대에는 전력 소모가 낮은 반면 시각적 주목도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보 전달 효율이 가장 높은 최적의 시간대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 전달 최적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탐구는 크게 네 단계로 설계했다. 설문지 제작, 전력 소모 데이터 분석, 인식도 데이터 분석, 결론 도출 및 제언의 순서였다.
첫 번째 단계는 설문지 제작이었다. 광화문 광장의 옥외광고를 통해 탐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이동 경로 통제에 한계가 있어 경로가 확일화된 강남역 일대를 촬영지로 선정했다. 약 150m 구간을 인도를 따라가는 영상을 제작하며, 낮·일몰·밤 시간대에 각각 촬영했다. 영상 속 전광판은 검정색으로 처리하고 미디어풀 사진을 합성하여 파란색 배경에 무의미 음절 ‘NEROVA’를 광고 문구로 삽입했다. 여기서 우리는 에빙하우스의 기억 실험 방법론을 참고했다. 에빙하우스는 사전 지식이나 연상 작용에 의한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 무의미 음절을 자극으로 사용했는데, 우리도 같은 이유로 기존 브랜드명 대신 ‘NEROVA’를 선택한 것이다. 선택지는 ‘NAROVA’, ‘NEROVE’, ‘NAROVE’ 등 철자를 일부 변형한 오답들로 구성하여 단순 추측에 의한 정답을 방지했다.
설문은 광고 인식도와 광고 내용 인식도, 두 축으로 구성했다. 광고 인식도는 ‘전광판의 문구 색이 기억난다’는 주관적 평가와 ‘왼쪽 전광판의 문구 색은?’이라는 객관적 평가로 나누었고, 광고 내용 인식도는 ‘전광판의 문구 내용이 기억난다’는 주관적 평가와 ‘왼쪽 전광판의 문구 내용은?’이라는 객관적 평가로 구성했다. 주관적 평가는 1~5점 척도로, 객관적 평가는 0~2점 채점 기준으로 수치화했다. 이 두 지표를 비교 가능한 동일 척도로 맞추기 위해 주관적 평가는 5점 척도를 1점 기준으로 환산하고, 객관적 평가는 0~2점 사이 값에 2×1을 곱하여 5점 척도로 변환했다. 또한 응답자가 실험 목적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도록 설문 제목을 ‘도심 공간의 시각적 환경 인식에 대한 연구’로 설정했다. 설문은 HTML 코드를 직접 제작해 링크 하나로 통합하되, 응답할 때마다 낮·일몰·밤 시간대 중 하나가 무작위 배정되도록 설계했다.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총 266명의 표본을 수집했으며, 낮·일몰·밤 시간대의 표본 수는 각각 92, 86, 88명이었다.
두 번째 단계는 전력 소모 데이터 분석이었다. 전력 관련 세부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강남구청 관광진흥과와 공공정보 공개포털에 문의했으나 구체적인 수치를 얻을 수 없었다. 대신 우리는 자동 밝기 조절 시스템의 원리에서 출발했다. 주변 광도가 높을수록 전력 소모량도 높아진다는 비례 관계를 가정하고, 파이썬 코드를 직접 작성하여 시간대별 촬영 사진에서 ‘mean gray value’를 추출해 상대 밝기 값으로 활용했다. 이를 평균 일별 전력 소모량인 2283kW를 기준으로 한 수식에 대입하여 시간대별 총 전력 소모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낮 시간대 143.856kW, 일몰 139.86kW, 밤 88.512kW로 도출되었다. 낮과 일몰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밤 시간대에는 주변 광도의 급격한 변화로 전력 소모량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단계는 인식도 데이터 분석이었다. 수집된 응답 데이터는 Jamovi를 활용하여 분석했다. 분석 결과, 광고 인식도의 경우 주관적 평가가 객관적 평가보다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즉 사람들은 광고를 인식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인지’의 단계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주관적 인식도는 밤 시간대에 약 40% 더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주변 밝기 하락에 따른 상대적인 시각적 주목도 상승의 결과로 볼 수 있었다. 광고 내용 인식도의 경우에는 반대의 양상이 나타났다. 광고 내용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인지한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정보가 기억에 저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였다. 또한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주관적, 객관적 수치가 모두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되었는데, 이는 주변 밝기 하락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밤 시간대에는 광고의 인지 및 인식 효율이 낮 시간대에 비해 약 두 배 가량 높았으며, 광고 게시자는 더 적은 전력을 소비하면서도 더 효과적인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를 실제 옥외광고 운영 전략에 적용한다면, 전력 소모가 낮으면서도 객관적 광고 내용 인식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밤 시간대의 특성을 활용하여 광고 송출 스케줄을 시간대별로 차등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전력 소모가 가장 높은 낮 시간대에는 강렬한 색채와 시각적 임팩트를 활용한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송출하고, 전력 효율이 높은 밤 시간대에는 구체적인 제품 정보나 이벤트 안내 등 내용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를 집중 배치하는 방식이다.